전세사기 피해자 2편 : 핵심 증거, 요약, 증거관리

1. 전세사기 피해 직면 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누구나 전세사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에 직면하게 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저도 역시 내가 이런 사기 피해의 당사자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기에, 사건 초기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소중한 내 전세보증금을 되찾고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추스르고 냉정하게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법적 대응의 첫걸음은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오갔던 모든 정황 증거와 서류, 영수증 등을 꼼꼼하게 취합하는 것입니다.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자료라면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전부 모아야 승소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계약 당시에는 미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챙기지 못했던 핵심 자료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신축 빌라 계약 당시 분양 사무실에서 보여 준 '매매가와 전세가가 각 방의 호수마다 상세히 정해져 있던 가격표'였습니다. 당시 전 임대인의 대리인은 이 가격표를 눈으로 잠깐 보여주기만 했을 뿐, 사본을 저에게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가격표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동일하게 세팅된 '깡통전세' 기획 사기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였기에 고의로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계약 당시에 본 서류가 있다면 반드시 사진으로라도 남겨두시기를 권장합니다.

혼동이 있을 것 같아 저의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설명을 하겠습니다. 

 . 전 임대인 : 계약서상의 집주인이며, 대리인이 행한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

 . 전 임대인의 대리인 : 전 임대인을 대신해서 일을 하는 사람 (빌라 실장이라고 불리기도 함).   전 임대인의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부동산 공인중개사 대표 : 계약서상의 이름을 올린 사람이며, 중개인이 행한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

 . 중개보조원 :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간단한 일을 도와 주는 사람으로서, 자격증이 없는 사람. 

 저는 중개인의 안내에 따라 빌라를 보고 설명 듣고 계약을 했습니다. 물론 계약 당시에는 중개인이 부동산 공인중개사인 줄 알았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형사고소하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고소든 소송이든 전 임대인하고 부동산 공인중개사 대표가 가해자입니다.

실제 피고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표준임대차 계약서
실제 피고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표준임대차 계약서 사본입니다.
본인 몰래 작성된 계약서입니다.

2. 전 임대인 및 현재 임대인 관련 핵심 증거 수집 목록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나와 직접 계약을 맺었던 전 임대인(분양 주체 또는 전 집주인) 과의 거래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더불어 전 집주인과 현재 집주인(임대 사업자) 사이에 오간 계약 서류까지 확보한다면 고소장 작성의 완성도를 확연히 높일 수 있습니다. 본인이 실제 수집하고 정리하여 법적 효력을 발휘했던 핵심 증빙서류 목록과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세임대차 계약서 (건물등기 전) : 신축 빌라의 경우 토지 합병 등의 문제로 계약 당시에 건물 등기부등본이 아직 개설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작성한 최초 계약서는 사기 플랜의 시발점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 전세임대차 계약서 (건물등기 후) : 건물 등기가 완료된 후, 토지 합병으로 새롭게 바뀐 확정 주소와 호수를 바탕으로 다시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의 기준이 되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 건물 등기 전 등기부등본 : 전세 계약 당시 주소로 되어 있으며, 토지 상태 및 임시 주소지를 통해 당시의 권리관계를 증명합니다.

  . 건물 등기 후 등기부등본 : 토지합병으로 새롭게 바뀐 최종 주소지가 명시된 서류입니다. 계약 이후 소유권이 누구에게 어떻게 넘어갔는지 추적하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 부동산 공인중개사 증빙서류 :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공제증서 등 중개업자가 사기 계약을 방조했거나 기망 행위에 가담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 일체입니다.

  . 분양 계약서(매매 계약서) 하단 부분 : 본인의 경우 전세 계약 후 1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누군가 출입문 밑으로 분양 계약서 하단 부분만 복사되어 있는 종이 한 장을 끼워 넣고 간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전 임대인과 현재 임대인의 거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극적인 단서가 되었습니다.

  . 금융거래 입금 내역서 : 선금, 중도금, 잔금 등을 임대인 또는 지정된 계좌로 송금한 은행 발행 이체확인증입니다. 인터넷 뱅킹 등에서 대내외용으로 명확하게 출력해서 준비해야 법적 공신력이 높습니다.

  . 전 집주인과 현재 집주인이 계약한 서류 (분양 계약서 및 표준임대차 계약서) : 현재 집주인을 끈질 기게 설득하여 확보한 자료입니다. 현재 임대인 역시 본인이 전세사기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하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저에게 해당 자료들을 직접 제출해 주었습니다.

  . 현재 집주인과 주고받은 문자 및 통화 내용 : 보증금 반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대화 내용, 전 임대인과의 거래를 암시하는 정황 등이 담긴 녹취록과 메시지는 법정에서 강력한 정황 증거 자료로 채택됩니다.

3. 고소 전 필수 준비물 및 증거자료 요약표

위에서 언급한 증거 자료들을 한눈에 파악하고 체크하실 수 있도록 구분별로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했습니다. 고소장을 쓰기 전 누락된 항목이 없는지 반드시 대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순번

자료 구분

세부 증거 자료 항목

주요 확인 및 입증 내용

1

   전 임대인 관련       서류 

         전세임대차 계약서                     (건물등기 전) 

      신축 당시 최초 계약 조건 및                     특약 확인 

2

   전 임대인 관련        서류 

         전세임대차 계약서                     (건물등기 후) 

       주소 변경 후 대항력 확보 및                   확정일자 확인 

3

   전 임대인 관련       서류 

     건물 등기 전 등기부등본 

   전세 계약 당시 토지 권리관계 및                  주소지 확인 

4

   전 임대인 관련       서류 

     건물 등기 후 등기부등본 

       토지합병 후 최종 소유권 및                  근저당 여부 추적 

5

   중개업자 관련         서류 

    부동산 공인중개사 증빙                      서류 

         중개물 확인설명서 및 중개                    가담/과실 입증 

6

   내부 확보 서류 

    분양 계약서(매매 계약서)                      뒷장 

  전. 현재 임대인 간의 비정상 거래                   구조 단서 

7

   금융 거래 내역 

        선금, 중도금, 잔금                      입금 내역서 

   은행 발행 공식 이체 내역으로                실제 대금 지급 증명

8

   임대인 간 계약       서류 

          분양 계약서 및                     표준임대차 계약서 

          전 집주인과 현재 집주인        (임대 사업자) 간의 계약 실태 파악 

9

   정황 증거 자료 

      현재 임대인과의 통화                 녹음 및 문자 

전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공모 혐의                정황 증거, 증인 

4. 법적 대응의 성패를 가르는 증거 관리 원칙과 향후 절차

소송과 고소 등 모든 법적 공방은 결국 '증거 싸움'입니다. 아무리 억울한 사정을 말로 호소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문서가 없다면 법원은 냉정하게 수사나 재판을 기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본인은 위에 정리한 서류와 정황 증거 내용들을 철저히 수집한 덕분에, 전 임대인과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전세 계약 당시에 호수별로 정해져 있던 가격표를 복사해두지 못해 갖추지 못한 점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을 뿐입니다.

여기서 다른 피해자분들이 반드시 기억하셔야 할 철칙이 있습니다. 어렵게 수집한 모든 증거 자료의 '원본'은 무조건 내 스스로가 직접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향후 변호사, 법원, 경찰서 등에 증거를 제출할 때는 절대로 원본을 넘겨주어서는 안 되며, 원본은 잘 놔두고 깨끗하게 복사한 '복사본(사본)'을 제출해야 분실이나 서류 왜곡의 위험을 철저히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이와 같이 철저하게 준비된 증거 자료들을 바탕으로 마침내 수사기관에 제출할 고소장을 작성하였습니다. 다음 편에는 제가 실제로 경찰서에 제출했던 '고소장 작성법'을 아주 자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작게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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